일본 고령자의 죽음준비 ‘종활’… 코로나가 바꾼 변화들

“하고 싶은 것 해두자” 버킷리스트 찾아
코로나로 인한 집콕에 “죽음 준비하자” 늘어

일본의 고령사회 문화를 이야기할 때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종활이다. 종활(終活, 슈카쓰)은 인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기 위한 다양한 준비 활동을 뜻하는 일본 사회의 신조어다. 대학 졸업 예정자들의 취직활동을 슈카쓰(就活)라고 줄여 부르는 것에 빗댄 것으로 발음까지 같다. 그렇다면 전 세계의 모든 것을 뒤바꾼 코로나19는 일본 고령자들의 영향을 주었을까? 그 답은 당연히도 예스다.

일본의 시니어 여성 대상의 월간지 ‘하쿠메쿠(ハルメク)’는 20일 자사 연구소를 통해 실시한 종활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60세에서 74세 사이의 일본인 1008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종활에 관한 의식 조사’는 종활에 대한 의견이나 준비 방식, 종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 등에 대해 다뤘다.

하쿠메쿠 측은 동일한 내용의 설문을 2018년에 실시한 바 있어, 그간 일본 고령자들의 죽음 준비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했고, 특히 코로나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엿볼 수 있었다.

먼저 종활의 필요성에 대한 응답은 남녀 간의 온도차가 커졌다. 남성의 경우 이미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라는 응답이 68.6%에 그쳤다. 이는 2018년 조사(77.2%)에 줄어든 수치다.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31.3%를 차지했다. 2018년에는 22.8%에 불과했었다.

이에 반해 여성은 종활에 대한 긍정적 의견이 늘었다. 이미 하고 있다는 응답은 43.3%를 차지했고, 계획 중이라는 응답은 46%로, 긍정적 응답이 89.3%를 차지한 셈이다. 이에 반해 필요 없다는 의견은 10.7%에 불과해 2018년 조사(15%)에 비해 감소했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 중 하나로 코로나19를 지목하는 것은 지금 이 시점에선 자연스러운 일이다. 예견하지 못한 돌발적인 죽음이 늘면서 죽음 준비에 대한 인식에 변화를 준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로 2019년 일본인 사망원인 통계를 살펴보면 암과 심혈관질환, 노환 등의 질환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갑작스러운 사고는 2.9%에 불과했다. 그만큼 안정적인 사회를 살아왔다는 이야기다. 그러다 느닷없이 불어닥친 코로나19 사태는 일본뿐 아니라 모든 세계인의 생각을 변화시켰다.

돌발적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죽음 준비에 포함되어야 할 항목 순위에서도 나타난다. 가구나 집안의 집 정리, 금융 상품이나 계좌정보 정리 등의 순위나 비중은 2018년의 조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유독 증가한 항목이 단 하나 있었다. 바로 ‘하고 싶었던 일을 해둔다’, 즉 버킷리스트의 실행에 관한 것이다. 2018년 조사에선 0.6%의 응답자만이 꼽았던 이 항목은 올해 조사에서 18%를 기록해 변화된 일본인의 생각을 읽게 해 준다.

이러한 부분은 종활의 계기를 묻는 항목에서도 나타난다. 2018년 조사에선 가족이나 친척의 죽음, 자신이나 배우자의 건강악화, 정년퇴직을 종활 시작의 계기로 지목하는 응답이 대부분이었지만, 올해 조사에선 코로나19를 원인으로 꼽는 응답자가 적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 정리를 시작했다거나, 가족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종활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등의 응답이 있었다.

하쿠메쿠 관계자는 “코로나19 초기 집에만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컸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현실을 자각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려는 노력이 커지고 있고, 긍정적인 변화가 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