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령층 “코로나 때문에” 외출 줄이고, 인터넷 쇼핑은 늘려

중고물품 판매 물품 수 60대 이상이 20대의 두 배
사회적 격리에 “외로워”, 죽음준비에 중고거래 활용

일본의 60대 이상 고령층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생활환경 변화로 중고물품거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 고령자들이 중고거래를 단순한 물물거래가 아닌 또 다른 방식의 인간관계 형성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이며, 일본의 특유의 죽음준비인 종활(終活)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최대의 중고거래 플랫폼인 메루카리의 산하 연구소인 메루카리 종합 연구소는 30일 ‘COVID-19 확대에 따른 60 대 이상 의식 · 행동 변화와 프리마 앱 이용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60대 이상의 일본인 1236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메루카리는 우리로 치면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와 같은 기업으로 일본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플랫폼으로 손꼽힌다. 프리마 앱은 플리마켓 앱 즉, 중고거래 앱의 일본식 표현이다.

먼저 고령자의 중고거래 참여에 대해 메루카리 측은 “60대 이상 이용자 수가 1.4배 증가했으며, 이들의 물품구입은 1.4배, 물품 판매는 1.6배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1인당 평균 판매물품 수에 관한 것. 20대의 경우 연평균 39개의 물건을 판매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60대 이상의 경우 72개 상품을 판매했다. 60대 이상이 오히려 두 배 이상 많은 물건을 판매한 것. 이에 대해 메루카리 측은 “20대 가입자 수가 훨씬 많아 절대 비교가 어렵지만, 60대 이상이 갖고 있는 물품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으로 추측한다”고 밝혔다.

설문에는 이러한 60대 이상의 적극적인 중고물품 참여 이유를 엿볼 수 있는 질문이 있었다. 종활이나 생전정리를 의식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3명 중 2명(66.5%)이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 중 52.4%는 코로나19로 인해 종활이나 생전 정리에 대해 더욱 생각하게 됐다고 응답해, 코로나 시대로 인한 영향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 중고거래 앱을 사용하며 생긴 의식 변화에 대해 67.6%가 “버리기 전에 재활용을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다. 또 32.8%는 향후에 팔 것을 고려해서 물건을 소중히 쓰게 된다고 응답했다. 중고거래 참여를 계기로 일본의 고령자들은 모아 온 물품을 생전에 정리하고, 판매를 통해 수익까지 얻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고거래 앱을 사용하게 된 이유를 살펴보면 이러한 생각이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응답자의 62%는 갖고 싶은 것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라고 밝혔고, 47.8%는 쓰지 않는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36.5%는 재활용되기를 원해서라고 답했다. 종활이나 생전 정리를 위해서 활용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9.6%에 달했다.

이러한 중고거래를 단순한 ‘거래’가 아닌 새로운 관계 형성으로 보는 듯한 변화도 있다. 중고거래 상대에 대해 친근함을 느끼냐는 질문에 대해 34.8%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실제로 메루카리가 노후의 삶에 불안한 부분을 묻는 질문에 대해 지난해 조사 결과와 대부분 비슷한 응답이 나왔지만, “고독하며 사회와의 관계가 희박해진다”는 답변만이 작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외출과 대외활동, 인간관계가 줄면서 이에 따른 고독감을 느끼는 고령자들이 증가한 것으로 추측된다.

일본의 애널리스트 모리나 코헤이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코로나19로 빼앗긴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중고거래 앱이 대체하는 것 같다”고 평가하고, “앱을 통해 자신과 가치관이나 기호가 비슷한 사람과의 대화를 즐기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는 실제로 이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행동 의식 변화를 묻는 질문에 대해 44%가 인터넷 쇼핑이 늘었다고 답했고, 73.5% 물건을 사러 나가는 일이 줄었다고 말했다. 또 외부 활동이 줄어 이를 대체하기 위한 취미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의 구매가 늘었다는 응답도 17.7%에 달했다.